"시원한데 앉아서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경남 김해시 회현동사무소앞에 마련된 50여㎡의 좁은 공간. 70~80대
노인들이 옹기
종기 모여 바쁘게 손놀림을 하고 있다.
행동은 그다지 민첩하지 않지만 움직임이 경쾌하고
얼굴에는 웃음기와 생기가 떠나지 않는다. 조금 더 젊은(?) 노인분은
기계를 직접 만지기도한다.
이곳은 지난 2일 문을 연 회현동 마을기업인 '마을공동체 회현당'의 모습이다. 참기름 짜서 판매하고, 일부 야채도 다듬어 판다.
여기서 생산된 참기름은 '외할머니 참기름'이란
상표로 판매된다. 참기름의 원료인 참깨는 전남 해남군에서 생산된 것만 사용하고, 야채도 인근 지역
농가에서 생산된 것만 취급한다.
참기름은 매달 300㎖짜리 참기름 50병 정도를 생산하고 점차 그 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래서 더 많은 노인들이 이 일에 참여하고 혜택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회현당에 참여 중인 이둘순(76) 할머니는 "이 나이에
폐지를 줍지 않고 실내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현동은 김해지역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김해 '생명나눔
재단(이사장 안진공)'이 이들 노인들의 사회
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회현당을 설립하고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회현당 운영 주체는 당연히 폐지를 줍는 이들 어르신들이다.
현재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하루 오전과 오후로 나눠 3시간씩 일을 하며, 생계지원비로 월 20만 원을 지원한다.
좁지만 어르신들이 수시로 쉴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마련돼 있고, 식사와 커피 등 음료도 제공된다.
이곳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전액 폐지를 줍은 어르신들을 위해 사용된다.
이 공간을 만드는데 필요한
경비는 재단의 나눔문화인 '첫손님가게' 모금과
캠페인 등을 통해 마련됐다. 작업공간과
실내 인테리어 등은 주로 봉사자들의 재능기부와 물품 후원 등으로 채워졌다.
생명나눔재단 임철진 사무총장은 "폐지줍는 노인들의 마을기업은 정부 보조없이
순수 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전국 최초 사례"라면서 "참여 어르신들이 경제적도움과
심리적 안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점차 인원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회현당의 재정 사정이 좋아지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지붕개량 및 부엌개량 사업 등 사업의 다각화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회현당과 관련한 문의는 회현당(070-7312-9955)이나 생명나눔재단(055-335-9955)으로 하면된다. 정태백 기자 jeong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