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기부 회원 1천650명…난치병 아동·빈곤층 노인에 맞춤형 기부
(김해=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한 해 기부금 4억6천만원. 정기 기부 회원 1천650명.
경남 김해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법인 생명나눔재단이 10년간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버텨낸 결과 거둔 '성적표'다.
가게 첫 손님이 결제한 금액을 손님 이름으로 기부하는 '첫손님가게', 한 달 내내 폐지를 주워봤자 10만원도 채 못 벌던 노인들에게 매달 20만원의 고정 수입을 보장해주는 마을기업 '회현당'을 설립한 것도 생명나눔재단이 이룬 결실이다.
인구 50만 명 규모의 기초자치단체에서 활동하는 재단이 일궈냈다고 하기엔 결코 쉽지 않은 성과다.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생명나눔재단의 성공은 보수보다 취약계층 지원 활동을 우선한 직원들의 숨은 노력과, 재단에 신뢰를 보내고 기부에 기꺼이 동참한 시민들의 공동체 사랑이 만났기에 가능했다.
재단의 출발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해에 살던 한 할머니가 초등학생 손녀의 백혈병 치료비를 마련해달라며 지역 사회단체에 도움을 간절히 요청했지만 제대로 손 쓸 틈도 없이 해당 학생이 숨진 것이 계기가 됐다.
지역 인사 155명은 이런 불행한 사태 재발을 막고 '지역 문제는 지역에서 책임지자'는 뜻을 모아 2004년 재단을 출범시켰다.
가난 때문에 귀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자는 뜻에서 이름도 '생명 나눔'으로 정했다.
재단은 소아난치병·장애를 갖고 있거나 빈곤층 아동, 독거 노인을 중점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정부 지원 없이 기부금만으로 운영하다보니 사무총장과 간사 등 재단 '살림꾼'들은 수년간 제대로 보수를 받지 못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정 기부금' 제도를 운영하며 기부자 중심의 활동을 펼치면서 시민들이 신뢰를 보냈고 자연스레 자리를 잡아갔다.
지정 기부금은 기부자 의사에 따라 기부금 사용처를 정하는 것으로, 재단 직원들의 인건비 등은 '살림살이 기부금'으로 따로 용처를 정해 받았다.
임철진 재단 사무총장은 "기부자 의사를 우선해 다양한 기부 활동으로 지역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재단 직원들이 초기 수년간 보수를 못받거나 적은 월급으로 버텼지만 그러는 사이 재단은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재단에 들어오는 기부금도 꾸준히 늘어났다.
2005년 2억5천만원이던 기부금은 2009년 3억2천만원, 지난해에는 4억6천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정기 회원만 현재 1천650명이나 된다. 재단 출범 직후 100여명에 비해 16배로 불어난 것이다.
재단은 기부 수혜자의 얼굴과 사연을 알리는 기존 모금 방식이 길게 보면 수혜자들에게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다양한 유형의 기부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시작한 '첫손님가게'로 접수된 기부액이 지난 5월 1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공적 나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첫손님가게 기부금은 취약계층 지원은 물론이고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대체 일자리를 제공하는 마을기업 '회현당' 설립에도 소중하게 쓰였다.
재단 관계자들은 사무실 주변에서 추우나 더우나 매일같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보고 김해지역 폐지 줍는 어르신들 실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이들에게 대체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회현당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는 노인 빈곤 문제를 지역 차원에서 해결을 시도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하는 '지역 맞춤형' 기부 모델을 제공한 것이다.
임 사무총장은 "취약계층을 돕는 기부 활동을 활성화하려면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김해에 중소기업이 많은 점을 고려해 해당 기업들을 기부 문화에 동참시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