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만들어가는 행복한 세상, 생명나눔재단
83세 할머니 “내 직업은 바리스타예요” | ||||||||||||
5개월 전 폐지 주워 생계 근근히 유지 | ||||||||||||
| ||||||||||||
수익금 다시 어려운 이웃 돕는데 사용 “5개월 전만 해도 폐지를 주워서 근근이 생계를 이었는데 이제는 당당히 제 직업을 말할 수 있습니다. ‘바리스타’라고….” 김해시 회현동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는 이태임(83) 할머니는 요즘 ‘살맛 난다’는 말을 실감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구의 몸을 이끌고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며 폐지를 주워야 겨우 하루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처지였다. 처지가 이러니 마음도, 몸도 편치 못했다. 대문 한켠에 내놓은 폐지를 한 장이라도 더 줍기 위해 오전 6시면 일어나 주린 배를 움켜쥐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이 일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됐다. 휴일은 고사하고 한여름 무더위나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도 예외일 수 없었다. 폐지를 실은 리어카 때문에 인도를 피해 차도로 다녀야 해 아찔했던 기억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힘에 부치는 리어카 탓에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하루종일 고생해서 폐지를 모아 판 돈은 고작 5천원. 한 달 꼬박 일해도 10만 원이 채 안 됐다. 이 때문에 친구를 사귈 틈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생겼다. 건강이 부쩍 좋아지고 웃는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됐다. 화장을 하고 매무새에 신경 쓰는 등 스스로를 꾸미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 어떻게 갑자스레 이런 변화가 찾아왔을까? 양띠해 새해를 며칠 앞두고 이태임 할머니의 직장인 회현당을 찾았다. 할머니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손님이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내놓는다. 할머니가 일하는 회현당은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대체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만든 마을기업이다. 김해지역 사회복지법인인 생명나눔재단이 전국 처음으로 기획해 2014년 8월 2일 회현동 주민센터 앞 건물 1층에 100㎡ 규모로 문을 열었다. 주로 참기름과 커피를 제조ㆍ판매하는 이곳에서는 수년간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계를 잇던 70∼80대 어르신 5명이 일하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참기름은 매월 200~250㎏ 내외. 내년 8월까지 500㎏으로 늘이는 것이 목표다. 김해시청에 공급하기 위해 소규모 기업으로는 최초로 HACCP 인증도 준비 중이다.
어르신들은 평일 오전 2시간 정도 일하고 매월 20만 원을 받는다. 아침, 점심식사는 무료로 제공된다. 한 달 내내 폐지를 주워 월 10만 원도 벌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꽤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태임 할머니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정말 편해졌다. 그 덕에 몸무게가 2㎏ 정도 늘었다”며 “회현당에서 오후에 제공하는 요가 강습 등 여가활동을 즐기고 있고 저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안정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어느 카페에서 파는 커피에 뒤지지 않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바리스타에게 직접 커피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서툴지만 더치커피나 카페라테도 만들 수 있다. 생명나눔재단은 회현당이 안정되면 종업원 수를 2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잇는 노인 가운데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지 않는 사람이면 회현당에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은 “아직 정착단계여서 수익이 크지 않지만 최근 60여 세대에 라면과 밑반찬을 지원했다”며 “폐지 줍는 노인들을 위해 온돌 판넬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임 사무총장은 “회현당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지 모르지만 제대로 안착해 사회에 곳곳에 이런 곳이 생겼으면 한다”면서 회현당 같은 마을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바람을 전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