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폐지 줍는 노인 절반 이상 한 달 수입 규모 5만원도 안돼ㆍ86%가 만 66세 이상 고령
경남 김해시 내외동의 주택 단칸방에 사는 김모 할머니(82)는 10년 동안 폐지를 줍고 있다. 김 할머니는 “먹고 살기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차를 끌고 다니는 기업형 폐지수집상까지 생겨나 폐지 줍기도 쉽지 않다”며 “남들보다 먼저 폐지를 줍기 위해 새벽 3~4시쯤부터 유모차를 끌고 거리로 나선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부터 하루에 3~5차례씩 길거리는 돌아다녀도 모으는 폐지는 20㎏에 불과할 때가 많다고 했다. 김 할머니가 폐지를 판매해 받는 돈은 하루 1000~1200원이다.
김해시 부원동에서 5년째 폐지를 줍는 박모 할머니(78)는 슬하에 아들·딸 3남매가 있지만 못 본 지 10년이나 됐다. 박 할머니는 자식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이사도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집 전화도 없을뿐더러 자식들의 연락처도 모른다. 박 할머니는 고혈압·관절과 함께 우울증이 심각하지만 폐지 수집과 노령연금이 수입의 전부여서 치료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김해시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 절반 이상이 한 달 5만원도 못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인들의 건강권과 문화생활권 등 기본적인 사회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생명나눔재단 등 5개 기관은 26일 김해시청에서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김해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 199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 조사 보고회를 가졌다.
조사 결과 폐지 줍는 노인의 86.4%가 만 66세 이상 고령이었다. 폐지를 팔아 얻는 수입규모는 월 5만원 미만이 52.8%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5만∼10만원, 10만∼15만원 순이다.
폐지를 줍는 이유로는 53.3%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답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 항목으로는 40.7%가 월세 등 주거 비용을 꼽았다.
생명나눔재단 관계자는 “시·군별로 폐지 줍는 노인들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서 재활용품 수집·관리인 지원 조례처럼 이들을 돕는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입력 : 2014-08-26 21:28:33ㅣ수정 : 2014-08-26 21:4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