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만들어가는 행복한 세상, 생명나눔재단
(김해=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회현당에서 일하게 돼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지요. 폐지를 주울 때랑은 모든 게 다르잖아요."
23일 경남 김해시 회현동주민센터 옆 건물 1층에 있는 '회현당'에서 만난 이모(82) 할머니 목소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이 할머니가 직접 만든 국산 참기름과 커피를 판매하는 마을기업 회현당 '종업원'이 된 건 회현당이 문을 연 지난해 8월 2일부터다.
할머니는 회현당 종업원이 되기 직전 8년∼9년간 김해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폐지를 주워 팔던 때를 회상하며 "지금은 너무 좋아졌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당시에는 궂은 날씨에도 매일 거리로 나가 눈에 보이는 폐지는 죄다 모았다. 도로에 차가 많이 다녀 사고 위험을 감수해야만했고 종일 돌아다니느라 몸도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그런데도 폐지를 팔아 버는 돈은 한 달에 많아야 10만원도 채 안 되지 않았다.
회현당 종업원이 된 이 할머니는 평일 오전이나 오후 정해진 시각에 출근, 3시간 정도 일을 하고 매달 20만원을 받는다.
풍족한 삶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100㎡ 규모로 차려진 깨끗한 가게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일을 하고 동료와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게 아직도 "꿈만 같다"는 이 할머니 얼굴에선 웃음기가 오래 머물렀다.
오는 8월이면 1주년을 맞는 회현당에서 이 할머니뿐만 아니라 다른 70·80대 어르신 5명도 '새 삶'을 찾았다.
회현당은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주민 등 각계각층의 관심 속에 직접 만든 300㎖짜리 참기름 1병(3만원)을 매달 220병까지 팔 정도로 운영이 안정됐다.
지난 5월에는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참기름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부산·양산·대전 등지 복지관이나 봉사단체 등에서는 회현당 모델을 벤치마킹하려고 가게를 찾기도 한다.
현재 회현당은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를 받으려고 설립 신고를 했다. 늦어도 오는 8월 안에 인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회현당 운영을 맡은 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은 "일자리는 생산성에 맞춰 늘려가되 회현당에 참여하지 못하는 어르신들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알맞은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회현당은 김해 사회복지법인 생명나눔재단이 폐지 줍던 어르신에게 대체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설립했다. 김해에 있는 '첫손님가게'가 내놓은 3천만원과 시민 535명이 낸 5천200만원이 종잣돈 노릇을 했다. 이 가게에선 첫 손님 결제 금액이나 수익금 전액을 손님 이름으로 기부한다.
판매 수익금은 종업원 '월급', 종업원 점심식비, 가게 운영비, 폐지를 줍거나 홀몸으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밑반찬을 제공하는 사업 등에 사용한다.
ks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7/23 16:50 송고